
부산 지역에 새로운 교육 지형을 예고하는 금융자율형사립고(이하 금융자사고) 설립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를 필두로 한 부산 금융공기업들이 2023년부터 추진해 온 금융자사고가 최근 부지를 확정하며 2029년 개교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공기업이 출연한 학교법인 자사고의 성공적인 사례인 인천하늘고를 벤치마킹하고 있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부산 금융자사고 설립의 구체적인 진행 상황, 주요 특징, 그리고 설립이 가져올 파급효과와 함께 예상되는 변수들을 자세히 분석하여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부산 금융자사고, 2029년 개교 목표로 순항 중
지난 2023년부터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주택금융공사, 기술보증기금 등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입주 금융공기업들이 추진해 온 금융자사고가 드디어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1. 부지 선정 완료: 부산 남구 용호동 960번지 일대
최근 한국거래소는 금융자사고 부지선정위원회가 부산 남구 용호동 960번지 일대를 우선협상대상 부지로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최종 후보지 3곳(남구, 강서구, 해운대구) 중 남구가 선정된 것은 문현금융단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등 금융 인프라가 밀집해 있고 교육국제화특구로 지정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협상대상 부지로 선정된 남구는 향후 협상 절차를 거쳐 최종 부지로 확정될 예정입니다. 만약 매입 비용이나 부지 여건 등 조건 조율 과정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협상이 결렬될 수도 있으며, 이 경우 차순위 부지(강서구 유력)를 재선정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2. 2029년 개교 목표와 설립 절차
당초 2027년 개교를 목표로 했으나, 현재는 2029년 개교로 2년 연기된 상태입니다. 부지 확정 이후에는 예산 확보, 교육환경영향평가 등 행정 승인, 설계, 시공 순으로 설립 절차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특히, 올해 안으로는 학교법인 설립을 마치는 등 금융자사고 설립에 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금융자사고가 설립되면 2011년 개교한 인천하늘고 이후 18년 만에 신설되는 전국단위 자사고가 됩니다. 현재 전국단위 자사고는 민사고, 포항제철고, 광양제철고, 상산고, 현대청운고, 하나고, 북일고, 김천고, 외대부고, 인천하늘고의 10개교 체제인데, 금융자사고가 합류하면 2029년 11개교 체제로 전환됩니다.
금융자사고 설립의 배경과 기대 효과
금융자사고 설립은 단순히 학교 하나를 늘리는 것을 넘어, 부산 지역의 인재 유출 방지 및 교육 환경 개선이라는 큰 목표를 담고 있습니다.
1. 공기업 임직원 자녀 교육 문제 해소
금융자사고 설립의 가장 큰 취지 중 하나는 부산으로 이전한 금융공기업 임직원들의 자녀 교육 문제를 해소하고 거주 여건을 개선하려는 것입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생활 터전이 바뀐 임직원들 중 상당수가 자녀 교육 문제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기러기 부부’의 삶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우수한 학군과 사교육 인프라가 자녀 교육 문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입니다.
2. 부산 지역 인재 유출 방지 및 교육 발전
또한, 부산 지역 내 우수 인재의 역외 유출을 막고자 하는 의도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울산 현대청운고나 경북 포항제철고 등 인근 명문 전국자사고로의 인재 유출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온 만큼, 부산 내 명문 전국자사고 유치를 통해 지역 인재가 부산을 떠나지 않도록 공교육 차원에서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입니다. 부산교육청 관계자 역시 “매년 150명 내외의 부산 학생들이 전국자사고로 유출되고 있다”며 금융자사고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금융자사고 설립의 주요 변수와 고려 사항
금융자사고 설립은 긍정적인 기대 효과만큼이나 해결해야 할 과제와 예상되는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1. 재원 확보의 중요성
자사고는 교육과정 자율성을 보장받는 대신 정부의 지원 없이 법인 전입금과 학생 등록금으로 재원을 충당해야 합니다. 특히 전국단위 자사고는 연간 학생 납입금 수입의 20% 이상을 법인이 학교에 납입해야 하는 높은 기준을 요구합니다. 이는 광역자사고의 법인 전입금 기준(3~5%)보다 4배 이상 큰 규모입니다. 현재 운영 중인 전국자사고들이 포스코, 한화, 현대 등 재정적 여유가 있는 대기업 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부산 금융공기업들의 안정적인 재정적 지원 능력이 최종 설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2.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 변화 가능성
금융자사고 설립 논의는 윤석열 정부 시절 시작되었지만, 현재 이재명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상황입니다. 자사고와 같은 수월성 교육의 대표적인 유형은 정권의 정치 이념에 따라 존폐 여부가 크게 좌우되는 만큼, 최종 설립까지 순탄치 않을 수 있습니다. 과거 이명박 정부 말 대기업 및 공기업의 자사고 설립 추진이 박근혜 정부의 ‘일반고 역량 강화’ 방침으로 무산된 전례도 있어, 이재명 정부의 자사고 정책 방향이 금융자사고의 운명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입니다.
인천하늘고: 공기업 출연 자사고의 성공적인 벤치마킹 모델
부산 금융공기업들이 금융자사고 설립을 추진하며 벤치마킹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인천하늘고입니다. 인천하늘고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출연하여 설립한 학교법인 인천하늘교육재단의 학교로, 금융자사고와 마찬가지로 공기업이 재단이라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1. 설립 취지의 공통점과 성공적인 목표 달성
인천하늘고 역시 지역 명문고 육성, 공항 종사자 주거 안정, 영종도 지역 발전 등 금융자사고와 맥을 같이하는 설립 취지와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개교 14년 차에 접어든 인천하늘고는 이러한 설립 목표를 충실히 달성하며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인천하늘고 개교 이전에는 인천, 특히 영종도 지역의 중학생들이 서울 등 외지로 고교를 찾아 떠나는 경우가 많았으나, 개교 이후 영종도 인구와 중학생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습니다. 설문조사 결과, 학부모의 65.7%가 인천하늘고의 존재가 영종도 거주 선택에 영향을 주었다고 답했으며, 학교 만족도 역시 84.1%에 달했습니다. 이는 교육 인프라가 지역 발전과 인구 유입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2. ‘사교육 제로’의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과 대입 경쟁력
인천하늘고는 전원 기숙사 체제에서 ‘사교육 제로’를 지향하며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능 대비 교과 심화 과제 연구, 전공 연구는 물론 주말 방과 후, 소수 방과 후, 인문학, 제2외국어, 논술, 토론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공교육의 틀 안에서 제공합니다. 특히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춘 소수 방과 후 강좌는 사교육 없이도 학업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인천하늘고는 높은 대입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인 2025학년도 대입에서는 11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하며 그 교육 역량을 입증했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막강한 재정 지원(연간 약 10억 원에 육박하는 법인 전입금)이 이러한 ‘사교육 제로’ 교육과정의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결론: 금융자사고, 부산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까?
부산 금융자사고 설립은 부산 지역의 교육 환경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인재 유출을 막는 데 기여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천하늘고의 성공적인 사례는 기업형 자사고가 지역 사회 발전과 공교육 모델 혁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막대한 재원 확보와 정부 정책 변화라는 변수가 남아 있지만, 부산 금융공기업들의 강력한 의지와 인천하늘고의 성공적인 벤치마킹을 통해 금융자사고가 2029년 성공적으로 개교하여 부산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