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위권 자연계 학생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의약계열의 한 축, 2026학년도 약학대학(약대) 수시모집이 최종 경쟁률 34.83대 1로 마감되었습니다. 이는 지난해(43.52:1)보다 대폭 하락한 수치이자, 현 6년제 학부 선발이 시작된 2022학년 이래 최저치라는 점에서 입시 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의대증원 원복’과 ‘사탐런’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파도가 약대 입시를 덮쳤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37개 약대 중 34곳의 경쟁률이 동반 하락한 이유와 그 이면에 숨겨진 수험생들의 복잡한 지원 심리를 심층적으로 파헤쳐 보겠습니다.
숫자로 보는 급락세: 37개교 중 34곳 동반 하락
올해 약대 수시는 그야말로 ‘하락’이라는 단어 외에는 설명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논술전형을 신설한 일부 대학을 제외한 거의 모든 대학의 경쟁률이 하락했으며, 이는 모든 전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입니다.
논술·교과·학종 ‘트리플 하락’
- 논술전형: 234.08:1 → 200.06:1
- 학생부종합전형: 29.79:1 → 21.61:1
- 학생부교과전형: 21.54:1 → 14.77:1
모든 주요 전형의 경쟁률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이번 약대 입시에서 수험생들의 ‘안정’ 및 ‘하향’ 지원 추세가 얼마나 극심했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얼어붙은 지원 심리: 약대 경쟁률 급락의 원인은?
학부 전환 이래 최저 경쟁률이라는 이례적인 결과는 왜 나타났을까요? 여기에는 복합적인 요인들이 ‘퍼펙트 스톰’처럼 작용했습니다.
1. ‘의대증원 원복’의 강력한 후폭풍
가장 핵심적인 원인입니다. 의대 정원이 다시 줄어들면서 의대 합격선(입결)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이, 의대뿐만 아니라 치대, 약대 등 최상위권 의약계열 전체의 합격선까지 연쇄적으로 밀어 올릴 것이라는 공포 심리로 이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수험생들은 상향·소신 지원을 극도로 꺼리는 ‘소극적 지원’ 패턴을 보였습니다.
2. ‘사탐런’ 심화와 과탐 기피 현상
올해 약대 입시를 강타한 또 하나의 변수입니다. 많은 약대들이 수시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의 탐구 과목으로 ‘과학탐구(과탐)’를 지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서는 표준점수 획득에 유리한 ‘사회탐구(사탐)’를 선택하는, 이른바 ‘사탐런’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사탐런’을 선택한 최상위권 학생들이 과탐 필수인 약대 수능최저를 맞추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면서, 약대 지원 자체를 포기하거나 매우 보수적으로 지원하게 된 것입니다.
3. 최상위권 N수생 풀 감소 가능성
지난해 의대 정원이 크게 늘었을 때 최상위권 N수생들이 대거 합격하면서, 올해 약대 입시에 도전할 만한 최상위권 N수생 풀 자체가 줄어들었을 가능성도 경쟁률 하락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래도 치열하다: 2026 약대 수시 경쟁률 TOP 5
경쟁률이 전반적으로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논술전형을 운영하는 수도권 약대의 인기는 여전히 뜨거웠습니다.
- 아주대: 208.40 : 1
- 성균관대: 92.63 : 1
- 가톨릭대: 77.30 : 1
- 숙명여대: 71.00 : 1
- 고려대(세종): 66.73 : 1
2026 약대 입시의 교훈과 전망
2026학년도 약대 수시는 ‘의대증원 원복’과 ‘사탐런’이라는 두 가지 변수가 만들어낸 ‘역대급 눈치작전’과 ‘소극적 지원’의 장이었습니다. 최상위권 학생들의 극도로 보수적인 지원 패턴은 학부 전환 이래 최저 경쟁률이라는 이례적인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는 2027학년도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과탐에 자신 있고, 자신만의 뚜렷한 강점을 가진 학생이라면, 오히려 소신 있는 지원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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